국민연금이 미국의 대규모 석유 파이프라인 사업에 참여한다. 국민연금이 미국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는 "텍사스와 뉴욕을 연결하는 8900㎞ 규모의 석유 운송 파이프라인 콜로니얼(Colonial)의 2대주주인 쉐브론 지분 23.44% 매각 입찰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국민연금이 선정됐다"며 "빠르면 연말까지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인수금액은 1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하루 3억9800만ℓ의 휘발유 등을 운송하는 대규모 파이프라인을 인수하면 안정적인 배당과 높은 자산가치 상승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매입했거나 추진 중인 해외 기업과 자산은 이것만이 아니다. 최근 프랑스 파리 근교에 있는 3500억원짜리 쇼핑몰 오 파리노를 사들였고,지난해에는 영국 런던의 HSBC 본사 빌딩(1조5000억원)과 독일 베를린 소니센터(8500억원) 등을 매입했다. 국민연금의 해외 부동산 보유 규모는 3조5000억원에 달한다.

교직원공제회도 올해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3000억원대 빌딩에 970억원을 투자했다. 사학연금 군인공제회 등도 해외 투자를 추진 중이다.

대형 공기업들은 자원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20일 영국의 원유 탐사 · 생산 기업인 다나 페트롤리엄을 인수하기 위해 3조4400억여원 규모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섰다. 광물자원공사는 2차전지 핵심 원료인 리튬 최대 매장국 볼리비아와 대규모 투자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5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방한하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력은 작년 말 아프리카 니제르의 우라늄 광산에 30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호주 바이롱 유연탄 광산을 4000억여원에 인수했다. 한국가스공사는 해외 가스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민간 기업들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해외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이달 초 세계 4위 태양광 업체인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 지분 49.9%를 4330억원에 인수했다. 롯데는 말레이시아 최대 유화업체 타이탄을 1조5000억원에 사들였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한국의 연기금과 공기업,민간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들이거나 투자한 해외 기업과 자산 규모가 올해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눈물을 머금고 기업과 부동산 등을 헐값에 해외에 매각했던 한국이 이제는 '역공'에 나선 셈이다.

서욱진/이상은 기자 venture@hankyung.com